동포자녀의 한국어 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학생의 편지

아버지 덕분에

박정지수

소중한 아버지께,

아버지날 축하드려요!!!

벌써 13년 됐네요. ~ 오랜 세월들을 보내 저를 돌봐주시고 사랑해 주셔서 감사해요!

아버지 덕분에 지금 이 세상에 제가 살고 있고 아버지 덕분에 매일매일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

제가 아버지한테 화내거나 소리쳤을 때, 아버지의 마음에 상처를 입혔을 때 또 생각을 안 하고 말을 했던 것 모두 죄송해요. 아버지랑 어머니랑 가족 시간 보낼 때와 아버지가 옛날에 있었던 이야기를 해 주실 때가 저한테 제일 소중한 기억들이 되었어요.

매주 한국학교에 데려다 주시고 좋은 음악도 소개시켜 주시는 아버지. 이 세상에서 한 분밖에 없는 저의 아버지가 돼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보여지지 않겠지만 아버지 많이 사랑해요. ♡♡

2017년 9월 3일

지수 올림

아빠의 답장

우린 그렇게 함께 세상을 배우며 자라온 게 아닐까

박경훈 학부모

사랑하는 딸 지수에게,

마음을 정성껏 담은 편지 고맙게 읽었구나.

항상 지수에게서 편지를 받기만 하다가 처음 편지를 써보려 하니,우리 딸에게 해줄 말이 너무도 많아 무엇부터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이 되는구나.

그래, 벌써 13년이네. 우리 딸과 만난 지가…

네가 세상에 나온 그때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날들은, 아빠에겐 찬란한 순간이었단다. 네가 미워 보이던 때마저도, 그리고 앞으로 함께할 날들 또한 소중한 순간순간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단다.

우리 딸이 세상 경험이 처음이라 실수를 하며 배우며 자라나가는 것처럼, 아빠 또한 부모의 경험이 처음이라 실수도 하고, 잘못할 때도 있고, 그렇게 함께 세상을 배우며 함께 자라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든다. 그리고, 그렇게 부딪치며 경험하며 자라는 동안, 별탈 없이 모남 없이 자라준 것 같아 감사하구나.

엄마 아빠에게서 말을 배우고,
엄마 아빠에게 기어오면서, 세상에 발을 딛고 걸음을 걷고,
엄마 아빠에게 업혀서, 안겨서 그리고 함께 손을 잡고 세상을 바라보고,
엄마 아빠가 읽어주던 책에서, 이야기를 통해서 세상을 알아가고 함께 세상을 보던 우리 딸이,

어느새 훌쩍 자라버려서, 너만의 말을 하고, 네가 좋아하는 책과 음악과 사람을 통해 너의 세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구나.

벌써 우리 딸이 이만큼 자랐구나 대견하기도 하면서도, 아쉬운 마음도 함께 커지기도 한단다.

앞으로 무궁하게 펼쳐질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 딸에게 아빠의 바람은,

우리 딸이 물질보다는 지식에 더 욕심을 가졌으면,
주위 사람들이 지수에게 경쟁자이기보다는 더불어 사는 이웃이기를,
그리고 너에게 보람되고 작게나마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가기를 빌어본단다.

어떤 TV CF내용이었던 것 같구나. 4X4 SUV를 타고 거침없이 산을 오르고 물을 건너는 것처럼, 네 앞에 펼쳐진 찬란한 날들을, 세상을 온몸으로 경험하기를 바란단다.

그러다 차도 찌그러지고, 고장나고, 더러워지기도 하고, 우리 딸도 지쳐 휴식이 필요할 때, 엄마 아빠는 언제나 따뜻한 차를 끓여놓고 안아줄 준비가 되어 있음을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우리 딸, 지수가 아빠의 딸이어서 감사하단다.

마음을 꺼내 보여줄 수는 없지만, 아빠가 우리 딸을 많이 사랑한다는 걸 우리 딸이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사랑한다.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