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자녀의 한국어 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학생의 편지

정말 감사하고 죄송하고 사랑해요

윤찬진

사랑하는 어머니께

어머니날을 맞이하여 축하드리며 이 편지를 씁니다.

매년 감사하고 죄송하고 자랑스러운 점들이 더욱더 쌓여가는데 진심으로 생각한 게 많이 없는 것 같아서 부끄럽네요.

‘엄마니까’라는 핑계로 많은 것들을 그냥 단념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제가 한심하네요. 저는 엄마가 제 엄마라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사실은 모든 것에서 감사하는데 그 고마운 마음을 표현할 때가 별로 없지만 이렇게 일년에 한번이라도 엄마를 챙길게요.

이제 혼스비 걸스 하이스쿨에 다니는데 후회 안 남게 열심히 할게요. 저에게는 잔소리로 들리는 말들이 다 저를 위해서 하시는 것인데 제가 화를 내서 죄송합니다.

저도 제가 까다롭고 답답한 거 알아요. 그런데 엄마께서 그런 점도 다 맞춰주려고 하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제 저도 엄마 위해 맞춰 드리기로 노력할게요.

엄마, 마음 아프게 해서 정말 죄송해요. 저는 제가 화났을 때 엄마 마음을 모른 것 같아서 죄송하고 반성하고 있어요.

엄마께서 저한테 뭘 시키시면 한다고 한 후 안 하고 제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짜증냈는데 바로바로 하도록 열심히 고칠 게요. 엄마가 저 때문에 서운한 일이 없도록 노력할게요.

저는 커서 패션디자이너가 되고 싶은데 제가 욕심이나 노력이 부족해서 답답하실 때가 많으실 텐데 저의 단점들을 장점으로 바꿀게요. 엄마의 기대에 맞게 노력할게요.

엄마는 손재주가 대단하신데 저도 엄마처럼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요. 그리고 교회 위해, 한글학교 위해 봉사하시는 엄마가 자랑스러워요.

엄마, 정말 감사하고 죄송하고 사랑해요.

2017년 5월 14일

엄마를 마음에 늘 담고 사는 딸 찬진 올림

 

엄마의 답장

초보 엄마가 훌륭한 엄마가 될 때까지 많이 도와줘

박영주 학부모
사랑하는 찬진이에게

찬진아~ 알고 있니? 너는 하나님께서 엄마에게 주신 가장 귀하고 소중한 선물이란다.
세상에 하나뿐인 너! 윤찬진.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데 가끔은 엄마가 바라는 게 너무 많지?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엄마 같은 욕심쟁이일지도 몰라. 너도 언젠가 엄마가 되면 욕심쟁이가 될지도 모르지…

찬진이가 어머니날 편지에 ‘죄송해요’ ‘미안해요’라는 말을 너무 많이 써서 처음엔 반성문인 줄 알았어. 그리고 한편으론 엄마가 너무 지나치게 나무라고 잔소리한 거 같아 엄마가 더 미안했단다.

섬세한 너의 성격대로 조근조근 엄마를 향한 마음을 표현해줘서 읽으면 읽을수록 엄마 마음이 더욱 사랑으로 가득 차는 것 같아. 그리고 언제 우리 찬진이가 이렇게 많이 커버렸을까… 시간이 너무 빨리 가버린 것 같아 안타깝구나.

10살이나 어린 동생 때문에 사랑하는 우리 딸 더 많이 안아주지 못하고, 더 많이 바라보고 칭찬해주고 웃어주지 못한 것 같아 엄마 마음이 짠해지네.

엄마는 무엇보다 찬진이가 최고로 행복했으면 좋겠어. 엄마가 원하는 딸이 되려고 하기보다는 하나님께서 찬진이에게만 주신 너만의 것을 찾아 시간을 아끼는 지혜를 가지고 도전하는 삶을 살면 좋겠어.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분명히 기쁨으로 할 수 있고 끝까지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앞으로는 욕심쟁이 엄마가 아닐 거라는 약속은 못하지만… 네가 어디에 있든지, 혹은 어려운 일 가운데 있든지, 성공의 자리에 있든지 세상에서 가장 많이 너를 사랑하고 응원하고 지지하는 엄마라는 걸 네가 살아가는 날 동안 항상 기억해주면 좋겠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 훌륭한 엄마가 되는 일인 거 같아. 엄마는 아직도 초보 엄마야. 14살이 된 딸은 처음 키워보거든. 엄마가 하는 잔소리는 사랑의 멜로디라고 생각하고 조금만 넉넉한 마음으로 받아줄래? 엄마도 찬진이 짜증은 사랑먹고 쑥쑥 자라고 있는 성장의 소리로 들을게. 초보 엄마가 훌륭한 엄마가 될 때까지 찬진이가 많이 도와줘. 사랑해~

사랑하는 딸과의 소중한 현재를 영원히 마음에 담고 싶은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