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자녀의 한국어 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난 반은 호주인, 반은 한국인이야! 넌 그냥 호주인이지?”

정연심 학부모

내가 결혼 전에 나에게 항상 하던 말이 있다. 절대 결혼 안 할거야, 절대 시드니에 안 살거야, 절대 아이는 안 낳을거야! 그런데 이 세 가지를 다 하고 행복하게 결혼해서 시드니에 살고 여섯 살 된 아들이 있다. (네버 세이 네버라고 누가 그랬던가!) 그중에 나에게 가장 큰 행복을 주는 우리 아들 알빈이가 나는 너무 고맙다. 우리가 엄마와 아들로서 만난 이 인연은 우연은 절대 아니다.

아빠가 호주인이라서 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나의 고민은 한국말과 한국의 문화를 어떻게 알려주나 하는 것이었다. 사랑하는 나의 아이가 호주에서 호주인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니고 그렇게 어정쩡하게 자라면 어쩌나 고민이 되었다.

그러던 중 알빈이의 첫 말이 “엄마”라는 사실이 조금은 위로가 되었고 알반이가 두 살 때 친정 엄마가 오셔서 6개월 계시는 동안 할머니가 사용하시던 전라도 사투리를 제법 따라 해서 희망을 갖게 되었다. 그중에 알빈이가 제일 잘하던 말이 “할미, 이불 덥어유(할머니, 이불 덮어요”하고 “할머니 감인겨”(할머니가 좋아하는 감이야) 이다. 그래, 전라도 사투리라도 한국말을 잘해 다오라고 생각했다.

그 후 친구 언니의 소개로 호주한국학교를 알게 되었고 알빈이가 세 살 때 교장 선생님께 전화 드렸더니 네 살이 되면 오라 하셔서 네 살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네 살이 된 장난꾸러기 개구장이 알빈이를 받아주신 교장 선생님과 나비반 담임 선생님이 어찌나 고맙던지…. 엉덩이가 들썩들썩, 어깨는 흔들흔들, 다리는 대롱대롱, 연필도 제대로 못 잡던 알빈이를 데리고 어떻게 수업을 하셨는지…. 죄송합니다. 수업하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친정 엄마가 항상 하시던 말씀이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지 말아라”는 것이었는데 그 이유를 알겠다. 제일 어린 나비반에서 일 년을 마친 알빈이가 ‘ㄱ, ㄴ, ㄷ, …. ㅏ, ㅑ, ㅓ, ㅕ, ….” 를 알게 되고 한국의 전래동화를 보고 한국말로 뽀로로 동영상을 보며 웃는 모습을 보면서 교육의 힘이 얼마나 중요하고 대단한지 새삼 느겼다.

한글을 읽고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의 문화와 예절 그리고 정서를 알아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들이 여러 번 있다. 그중의 하나, 내 가슴이 찡하고 눈물이 핑 돌던 기억이 있다. 호주 친구 생일 잔치에 가서 중국 아이와 호주 아이와 함께 놀고 있던 알빈이가 자랑스럽게 한 말이 있다.

“나는 반절은 호주인이고 반절은 한국인이야. 너는 ‘그냥 (simply)’ 호주인이지?”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가 하던 걱정, 아이가 호주인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니고 어정쩡한 사람으로 자라면 어쩌나 했던 게 노파심이었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토요일 아침마다 놀러 가는지 공부를 하는지 제대로 안 하는 것 같았고 학교 숙제도 안 하려고 꾀 부리고 그랬었는데 티끌 모아 태산 된다더니 알빈이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한글도 배우고 있었지만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ㄱ, ㄴ, ㄷ도 모르던 아이가 지금은 받침이 있는 문장들도 읽고 한국 책 읽기 독서마라톤대회 에서 상도 받았다. 그러나 알빈이의 한국말 하기는 아직도 서툴다. 호주 아빠가 “한국말 열심히 공부해서 아빠랑 한국 가면 아빠는 너만 믿는다”라고 격려도 한다. 내가 엄마한테는 한국말로 해야지 하면 “네, 엄마” 그 말만 한국말로 하고는 “mummy, ….” 하고 영어로 한다.

하지만 억지로 심어 줄 수 없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갖게 된 알빈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자랑으로 알고 살아갈 알빈이가 너무 기특하고 고맙다. 매주 토요일마다 열심히 하시는 교장 선생님과 알빈이를 가르치시는 모든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힘드시지만 계속 좋은 프로그램으로 우리 아이들 예절 바르고 생각이 바른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자라도록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