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편지
표현하지도, 대갚음하지도 못하는 사랑
김서진
사랑하는 아버지께
아버지날을 축하드려요.
아빠, 한국에서 힘드시죠? 아빠만 한국에 계시고 일하셔서 얼굴도 자주 못 봬요.
항상 아빠와 통화를 시원치 않게 해서 죄송합니다. 천천히 생각해 보니 죄송한 것과 감사한 것이 수도 없이 많아요.
항상 장난만 치고 공부하기 싫다고 한 것이 너무 죄송해요. 죄송한 것이 매번 반복되는 일인데 그만하지 못하고 계속 반복하고 있어요.
또 너무나 고마운 것이 많은데 그것을 표현하지도 못하고 대갚음하지도 못하네요.
그래서 늘 너무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2019년 9월 1일
서진 올림
아빠의 답장
푸른 하늘에 노란 감이 익어가는 서울에서….
김용화 학부모
사랑하는 아들에게,
우리 가족이 헤어져 보낸 시간이 어느덧 2년이 넘었구나.
여름이 시작되기 전 한국을 떠나보냈는데 벌써 세 번째 여름이 끝나고 또다시 귀뚜라미 우는 가을이 돌아왔어. 거기는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오고 있겠구나.
계절도 반대고 언어도 다른 낯선 환경으로 어린 너희들을 보내며 걱정이 많았는데 아프지 않고 잘 지내줘서 고맙구나.
너희들이 처음 학교 다녀온 날 엄마와 전화 통화하며 많은 이야기를 했었어. 말도 안 통하고 친구도 없는 학교에 너희 둘만 남겨두고 돌아온 후 마음 졸이며 하교 시간만 기다렸었지…
귀가한 너희에게 엄마가 힘들지 않았냐고 물었을 때 “힘들지만 괜찮아요.”라고 대답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빠는 너무 기쁘고 서진이가 자랑스러웠어.
하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자기 바뀐 생활에 엄마 아빠가 생각한 것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너희들과 함께 있어주지 못하는 미안함에 가슴이 아팠단다. 그래도 이제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내며 잘 적응해가는 너희들을 바라보며 조금은 안심하고 있단다.
힘든 시간을 잘 버텨준 너희들이 고맙고 자랑스럽다. 아직은 잘 느끼기 힘들겠지만 지나온 이 시간이 앞으로 너희들에게 큰 힘이 될 거야. 씨앗이 추운 겨울을 지나 제 몸을 갈라 싹을 틔우고 뜨거운 여름을 지내야 열매를 맺듯이 모든 성취에는 몸을 가르는 아픔과 뜨거운 고통의 시간이 필요하단다.
모두 편히 쉬는 저녁 시간에 서진이는 체육관에서 힘든 훈련을 계속해서 태권도 시합에서 금메달을 땄었고, 매일 조금씩 수학 문제를 풀다 보니 올림피아드 문제도 풀 수 있게 되고 수학을 좋아할 수 있게 됐던 것처럼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서진이는 벌써 알고 있잖니.
그러면 “힘들게 지나온 2년여의 시간이 서진이에게 어떤 열매를 주었을까? 아니 노력해서 얻었을까?”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고 그 답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 그 대답은 아빠에게 말하고 싶을 때 하면 돼. 2년…아니 20년 후라도 괜찮아.
언제나 아빠는 서진이 옆에 있으니까…
푸른 하늘에 노란 감이 익어가는 서울에서 사랑하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