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라면 한국어는 필수
김종인 학부모
저희 부부는 한국에서 1980년대 중반에 부모님을 따라 호주로 이민을 오게 된 교민 1.5세입니다.
호주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모르던 초등학교 5학년 나이에 마치 서울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듯 따라나선 길이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이란 것은 장거리 비행시간을 보고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바로 오는 직항도 없던 시절이라 비행기도 중간에 갈아타고 1박 2일이 걸려 호주에 도착을 하였습니다.
처음에 와 보니 동양인들이 많지 않았고 특히나 한국사람은 더더욱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학교 전체에 동생이랑 저 둘만 한국인으로 하루아침에 전교생의 구경거리가 되었지요.
어린 나이다 보니 금방 호주인 친구들도 사귀게 되고 영어 또한 금방 익숙하게 되었습니다. 호주에 이민을 온 지 불과 몇 년이 지나자 알파벳도 겨우 깨우치고 이민을 온 제가 이제는 어느덧 한국어보다 영어가 점점 더 편해지는 시점이 되어버렸습니다.
다행히도 이 시점이 되자 점점 이민자 숫자도 늘어나고 더욱이 자랑스러웠던 88 서울 올림픽 덕에 이제야 드디어 호주인들이 한국에 대해 그리고 한국이 어떠한 나라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전에는 호주인들이 한국에 대해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제품을 인건비 싸게 만드는 개발도상국 정도로 이해하고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던 시절이었으니 서울 올림픽은 호주인에게도 한국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교민으로서 자랑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초등학교 4학년을 마치고 호주로 오게 되어 한글을 잊지 않고 있었기에 한국에 대해, 아니 한국 언어에 대해 궁금해하던 호주인 친구들에게 언제든 충분히 설명할 수도 있었고 그리고 나중에 늦게 호주로 이민을 오게 된 많은 한국인들에게도 조금이나마 호주 이민의 선배로서 한국말을 잊지 않고 할 수 있었다는 게 다행이었습니다.
만약 한국어를 할 수 없었다면 제 자신 역시 노랑머리 호주인과 다를 것이 없었을 것이고 호주인과 외모가 다르다 하여 동양인으로서 한국인이 아닌 다른 아무 동양 사람이라고 해도 다를 바가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저희 자녀들은 3명 모두 호주에서 태어나 완벽한 교민 2세이고 외모 역시 당연히 한국인이지만, 호주에 살든 외국 어떤 나라에 살든 한국인으로서 한국어를 말하지도 쓰지도 못한다면 한국인이라 하기에 부끄러울 것이라는 생각에 모두 한국학교에 보내기로 마음먹고 초등학교 킨디 때부터 7년간 보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막연히 한국어만 배우는 학교라 생각했는데 한 해 한 해 지나면서 한국 학교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도 일찍이 이민을 오게 되어 잊고 지내던 그리고 배우지도 못한 한국의 풍습과 존댓말 등 예절도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워 오는 것이 무엇보다 대견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단순하게 한국말만 할 줄 아는 게 아니라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운 동방예의지국의 기본인 예절을 올바로 배우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며 주위에서 그리고 가까운 할아버지 할머니도 너무나 감사해하시고 애들과 노부모님들이 서로 공감하며 지낼 수 있어 너무나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일주일 동안 바쁘게 살면서 주말까지 포기하고 학교에 가야 하는 건 쉽지 않지만 아이들도 호주 정규학교 수업보다 토요일에 한국학교에 가는 것을 더욱 즐거워하고 흥미를 가지고 배우려고 하는 것을 보고 힘들지만 부모로서 기꺼이 토요일을 더욱 보람되게 보내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토요일에 한국학교를 가지 않았다면 늦잠을 자는 시간이었겠지만 벌써 몇 년이 지난 지금에야 돌이켜 보니, 잠이나 자고 있을 시간을 아이들 본인을 위해서 한국어를 배우는 아주 유익한 시간으로 사용했다고 생각되어 참으로 잘 결정하고 꾸준히 한 게 다행이라 여겨집니다.
지금은 저희가 이민을 왔던 시절보다 한국이 더욱더 유명하고 발전한 강국이 되었기에 한국어는 더 필수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교민 2세로서 우리의 뿌리가 어디인지 배우고 그리고 한국사람으로서 자랑스럽게 살 수 있도록 우리 자녀들에게 가르침을 주시는 한국학교 선생님들께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