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자녀의 한국어 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학생의 편지

친구처럼 팔짱 끼고 룰루랄라 지낸다고

이세영

없으면 안 되는 어머니께,

어머니날을 맞이하여 처음으로 엄마한테 손 편지를 쓰는 것 같네요. 저도 쓰면서 오글거리고 글 쓰는 것도 싫어하는데 언제 다시 손 편지를 쓸 기회가 올까 애써서 쓰겠습니다.

누가 하라고 하지 않았는데, 받는 것도 없는데 힘들어도 꾸준히 저희도 하기 싫은 일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매일 맛없는 밥을 대충 만들 수 있는데도 왕실에 올려도 될 만한 밥상을 차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매일 빨래, 집 청소 등등 다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거의 매일 자는 늦잠을 깨울 때 저는 화를 내지만 꾸준히 제가 학교든 일이든 늦지 않게 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편지에서는 마지막으로 감사하다는 말이 쓰여 있을 건데 실제로는 마지막이 아닌 걸 알아주세요. 매번 화나고 싸울 때, 한국이 그리울 때, ‘내가 왜 이걸 해야 되는지’ 이런 생각 들 때 꾹 참고 계속 옆에 계셔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것 중에 제일 죄송한 것은 제가 감정 조절을 못하고 엄마한테 풀 때예요. 매번 감정 조절을 못하고 화내고, 성질내고, 떼 부릴 때 엄마는 못 본 척하고 넘어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세윤이한테 맨날 못되게 굴어 엄마 걱정시켜서 죄송합니다. 친구처럼 팔짱을 끼고 룰루랄라 지낸다고 약속을 할 수 없는데 그쪽 길로 가려고 노력을 한다는 약속은 할 수 있어요.

저는 말도 서툴고 감정 표현을 못해 이런 것 말로 못하겠지만 이 편지로 제 마음이 느껴졌으면 해요.

감사해요. 사랑해요.

세영 올림

엄마의 답장

너에게는 내가 있다는 걸 잊지 마

상미경 학부모

나의 보물 세영에게,

오랜 진통과 수술로 나에게 찾아온 너는 걱정과 달리 아주 건강하게 잘 태어났단다. 나는 무척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너를 처음 만난 순간을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니… 항상 생일, 크리스마스에 간단하게 카드만 쓰다가 나도 이렇게 편지를 쓰려니 어떤 말을 너에게 전할까 생각이 많아지네…

어느덧 15년이란 시간이 흘러서 지금은 엄마보다 키도 커지고 뭐든 열심히 해보려는 널 볼 때면 엄만 항상 자랑스럽다. 외로운 이민 생활에 딸도 되어주고 어설픈 한국말로 말동무도 되어주고, 이젠 한국말도 제법 잘하고 이렇게 편지까지 쓸 수 있게 되어 엄마에게 편지로 감동을 주고 너무 고마워.

공부도 운동도 일도 많아서 항상 피곤해하는 걸 알지만 조금 더 시간을 유용하게 썼으면 하는 바람으로 엄마도 가끔은 화를 내는 거란다. 너의 건강을 해치게 될까 봐…

엄마보다 친구들과의 즐거움이 훨씬 더 많을 나이고 혼자 할 수 있게 된 것도 많아진 걸 보면 이젠 다 컸구나 싶은 마음도 있지만 엄마와 더 많이 가까워지고 얘기도 더 나누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어. 지금 너에게 친구가 소중하고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운 거 너 나이에 당연하다고 생각해. 그 시간이 지나면 친구보다 소중한 것이 가족이라는 것을 느끼게 될 테니 세윤이와 더 잘 지내라고 얘기하는 거는 엄마가 세윤이보다는 아무래도 네 곁에 더 오래 있을 확률이 적으니까 잘 지냈으면 하는 엄마의 마음이란다.

네가 행복할 때도, 네가 슬퍼할 때도, 네가 무언가 고민할 때도 변하지 않는 것은 내가 너의 엄마이고 네 편이라는 거야. 힘들고 어려운 순간이 있겠지만 항상 너에게는 내가 있다는 걸 잊지 마.

온 맘을 다해 사랑하는 나의 딸 세영에게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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