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자녀의 한국어 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얘들아, 한글 공부는 선택이 아니고 필수란다

              
      최효정 학부모

 

어느새 호주 생활도 20년이 지났다. 긴 이민 생활 속에서 가끔 내 정체성에 대해 의문이 들기도 했다. 몇 해 전, 다문화 이해를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동료들에게 나의 고유 문화를 소개하고 어떻게 융화되어 살아가는지 발표하는 프로젝트를 맡은 적이 있었다. 그때 문득 내가 꼭 어항 밖의 물고기처럼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혼란스러운 상태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주 사람도, 한국 사람도 아닌 나 자신을 느끼며, 나도 이런데 나의 아이들이 한국 문화를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한인 2세 중 한국어에 능숙한 친구들에게 비법을 물어보니, 하나같이 오랜 시간 한글 학교에 다닌 덕분이라고 했다. 그때부터 내 아이들을 12학년까지 한글 학교에 보내기로 다짐했고, 남편에게도 한글 교육의 중요성을 여러 번 강조했다. 하지만 아이들을 꾸준히 한글 학교에 보내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특히 교회에서 운영하는 한글 학교는 고학년 학생이 드물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러다 찾고 찾은 곳이 지금의 호주한국학교였다.

처음에는 고학년이 된 큰 아이도 다닐 수 있을 것 같아 세 아이 모두 등록을 시켰다. 그때 우리 부부가 선생님께 전한 말은 “숙제는 못 합니다”였다. 우리는 출석해서 배우기만 해도 어디냐 싶어, 숙제로 아이들의 흥미가 떨어질까 봐 걱정이 됐다. 그래서 부담 없이 즐겁게 출석하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한글뿐만 아니라 한국 역사와 문화도 함께 배울 수 있어 좋아했다. 자음과 모음을 노래로 배우고, 독서 마라톤을 통해 한글 동화책도 접할 수 있었다.

그러다 사춘기가 오자 큰 아이가 한글 학교에 가기 싫다고 했고, 둘째도 덩달아 불만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한국어 공부는 선택이 아니니 꼭 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렇지 않으면 막내는 한국 문화를 접하기 어려울 것임을 잘 알기 때문에, 단순히 한글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한국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을 설명하며 필수 과정임을 알려 주었다.

여전히 한글 학교를 두고 아이들과 종종 부딪치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한글을 배우고 쓰면서 얻을 수 있는 장점과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통해 얻을 좋은 점들을 이야기해 준다. 그리고 아이들의 노력과 시간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믿으며 또 한 번 힘을 내어 아이들을 한국 학교에 보낸다.

말썽꾸러기 큰 아이는 벌써 9학년이 되었다. 4살 때부터 지금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우리 너무 잘 해왔으니 조금만 더 힘내 보자고 다독이며, 아직도 엄마 말을 들어주는 큰 아이가 고맙다. 큰 아이가 잘 다니니 둘째와 셋째도 큰 탈 없이 다니고 있고, 한국 학교에서 배운 한국 문화와 전통 놀이, 예절에 관해 이야기해 주는 셋째가 참 예쁘다.

그리고, 늘 그 자리에서 아이들을 위해 힘써주시는 호주한국학교 선생님들께 너무 감사한다. 선생님들의 노력과 함께 우리 집 세 아이도 하루하루 한국어 능력과 이해도가 늘고 있다는 걸 나와 남편은 잘 알고 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희 부부도 잘 버티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