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자녀의 한국어 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사랑스러운 세종대왕반 친구들에게

변혜경

얘들아, 얼마 전 수업 중 시간을 내어 함께 만들었던 ‘삼각 김밥’ 기억하지? 편의점에 대한 한국의 문화를 배우다가 한번 만들어보자 해서 벌어진(?) 일이었지.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즐겁게 김밥을 만드는데 누군가 ‘이거 Triangle이에요.”라고 말했었어. 아마 ‘삼각’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가 만들어진 김밥의 모양을 보고 뒤늦게 깨달아서 그랬던 것 같아. 너희들이 만든 김밥이 하나둘씩 책상 위에 놓이는 것을 보며 평소 예사로 보았던 삼각형의 김밥 모양이 뜬금없이 예쁘고 안정감 있다고 생각했어. 삼각형, 3각형∙∙∙∙∙∙.

너희는 어떤 숫자를 좋아하니? 맨 앞 선두가 되고 으뜸이 되는 1일까? 아니면 뜻하지 않는 행운을 부르는 7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옛날부터 ‘3’이라는 숫자를 좋아했고 일상생활에서 많이 썼어. ‘3’은 완전하고 완성을 의미해서 곤충을 머리, 몸통, 다리로 또 나무를 뿌리, 줄기, 잎으로 구분하고, 한글의 모음도 하늘, 땅, 사람의 3가지를 기본으로 창조했다고 해. 서론, 본론, 결론으로 나누어 글을 쓰고 하루를 아침, 낮, 저녁 3가지로 나누는 등 3은 또 반복하고 강조하는 효과가 있고 가장 적은 단위로 안정감을 이루는 숫자라고 하지.

아프리카 속담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 들어 봤지? 아이 한 명이 자라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의 노력과 힘이 필요하다는 말이지.
한국어를 키우는 데는 어떤 힘이 필요할까?
선생님은 그 일에 숫자 ‘3’의 힘을 빌려야 한다고 생각해. 배우려는 학생의 의지와 노력, 가르치는 선생님의 사랑과 열정 그리고 그 두 축을 잇는 부모님들의 관심과 격려가 한국어 습득의 완성을 이루게 하는 것 같아.
올해를 매듭 지으며 뒤돌아본 지난 1년. 우리는 서로에게 믿음을 가지고 단단한 삼각의 힘을 이루며 여기까지 왔어. 잘 따라와 준 너희들이 많이 고맙고 많이 기특하다. 그리고 그 곁에서 묵묵한 동행자로 오랜 시간과 마음 아낌없이 부어 주신 부모님들께도 마음 깊은 감사가 있어.
사랑스러운 세종대왕반 친구들아, 올 한 해도 함께해서 덕분에 선생님은 참 많이 웃었고 행복했어. 너희들을 늘 응원한다 *^^*